"애들 봐서라도 네가 좀 참아라."
"이제 곧 둘째도 나오는데, 아빠 없는 아이로 키울 거야?"
남편과의 불화로 이혼을 고민하던 가장 힘든 시기, 세상 모두가 저를 배신해도 무조건
내 편이 되어줄 거라 믿었던 친정엄마가 던진 말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던 딸에게 엄마는 "네가 참아라", "네 성질을 죽여라"라고만 하셨죠.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저는 철저히 혼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캄캄한 절벽 끝에 홀로 덩그러니 서 있는, 그런 막막한 심정뿐이었습니다.
결국 이혼을 했고,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 때문에 불행을 참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제 이야기가 작은 용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만삭의 임신부, 이혼을 결심하다.
사실 저는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 딱 한 달 전에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남산만 한 배를 안고, 가장 축복받아야 할 시기에 저는 이별을 준비했습니다.
매일 밤 고성이 오가는 집안 공기는 숨이 막힐 듯 탁했습니다. 배를 움켜쥐며 생각했습니다.
'이 아이가 태어나서 마주할 세상이 고작 이런 전쟁터여야 하나?'
결국 저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난 직후, 몸조리도 채 끝나기 전에 법적으로 남남이 되었습니다.
이 지옥 같은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야말로, 아이를 망치는 길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싸우는 부모 밑에서 멈춰버린 첫째의 성장
제가 만삭의 몸으로 그토록 독하게 마음먹었던 건, 바로 첫째 아들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이혼 전 1년 동안, 아이는 부모의 싸움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매일 밤 부모의 눈치를 보느라 아이는 깊은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자다가도 경기하듯 깨서 울거나, 작은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죠. 잠을 푹 자지 못하니,
거짓말처럼 아이의 성장이 멈췄습니다.
또래보다 작았던 아이가 그 1년 동안은 키도, 몸무게도 거의 늘지 않더군요.
그 성적표 같은 수치를 확인한 순간,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내 욕심으로 가정을 지키겠다고 버티는 게, 오히려 아이의 피를 말리고 있구나.'
<고백부부>를 보며 통곡했던 날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갓 태어난 핏덩이 둘째와 3살 터울인 첫째를 혼자 감당해야 했으니까요.
둘째가 3살이 될 때까지는 정말 뼈가 으스러지게 힘들었습니다.
앞으로는 둘째를 안고 젖을 먹이고 등 뒤로는 아들을 업어 재웠으니까요.
현실을 도피하고 싶다는 나약한 생각이 들 때도 많았습니다.
드라마 고백부부에서 장나라가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화장실 변기에 앉은 채 아이를 보는 장면은
저를 보는 것 같아서 정말 가슴이 아팠고 통곡하며 눈물을 흘렸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등학생이 되는 우리 둘째를 보면 그 모든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집니다.
아빠 없이 컸지만, 우리 둘째 딸은 누구보다 밝고, 씩씩하고, 당찹니다.
어디 가서 기죽는 법도 없고, 집에 아빠가 함께 살지 않는 사실도 전혀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너무나 밝고 건강해서, 예전에 그토록 힘들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입니다.
그때의 고통은 이제 우리 가족의 행복한 웃음소리에 묻혀 희미한 옛날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나를 살린 두 기둥: 아버지의 '결단'과 엄마의 '희생'
사실 제가 만삭의 몸으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반대하던 엄마와 달리 저를 믿어주신 친정아버지 덕분이었습니다.
시들어가는 딸과 어린 손주를 보며 아버지는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집에서 당장 나오너라."
그 아버지의 한마디가 저를 살렸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이혼을 반대하셨던 어머니는
이혼 후 저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셨습니다.
저희 집 근처에 사시면서, 어머니는 지금까지도 '두 집 살림'을 하고 계십니다.
딸이 힘들까 봐 매일같이 오셔서 손주들을 먹이고, 입히고, 저 대신 집안일을 챙겨주시는 어머니.
반대하셨던 그 마음도 결국은 '내 딸이 고생할까 봐' 걱정되셨던 거겠죠.
하지만 장담하건대, 엄마도 제가 매일같이 지옥 속에서 사는 꼴을 보셨다면 얼마 못 가
"차라리 이혼해라" 하셨을 겁니다. 엄마의 그 희생과 친구들의 "잘했다"는 응원 덕분에,
저는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위해 참고 산다는 거짓말"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배우자와의 불화로 고통받으면서도
"아이 때문에 참는다"며 이혼을 망설이는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제발 육아를 위해 본인의 행복을 포기하는 짓은 하지 마세요.
그것은 희생이 아니라, 결국 나와 아이 모두를 서서히 죽이는 일입니다.
육아는 그 자체로도 뼈를 깎는 고통과 인내를 요구하는 지난한 과정입니다.
그런데 양육자인 내가 불행하다면? 매일이 지옥 같다면?
고통스러운 육아가 결코 행복한 결말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양육자가 행복해야 아이에게 웃어줄 여유가 생기고, 그래야 아이도 건강하게 자랍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인 '행복'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누군가 제게 "살면서 가장 잘한 결정이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대답할 것입니다.
만삭의 몸으로 법원을 향했던 그날, 나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이혼'을 선택한 것이라고요.
저는 오늘도 부모님의 사랑을 등대 삼아, 아이들과 세상에서 가장 평온하고 단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선택이, 먼 훗날 아이들에게 "우리 엄마(아빠)가 그때 용기 내줘서 고마워"
라는 선물로 기억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