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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할 용기와 믿어주는 기다림: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는 힘

by 단단맘_B제이제이 2025. 12. 12.

작은 실패는 아이를 지켜주는 '심리적 예방주사'입니다.

부모는 본능적으로 아이의 앞에 놓인 돌부리를 치워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장애물이 제거된 평탄한 길만 걸어온 아이는, 훗날 세상 밖에서 마주할 작은 자갈밭에서도 쉽게 주저앉고 맙니다. 취학 전 시기에 경험하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실패’는 아이의 마음에 놓는 가장 강력한 예방주사입니다.

색종이 접기가 예쁘게 되지 않아 속상해하고, 젓가락질이 잘 되지 않아 반찬을 자꾸 흘리는 실수를 연발하는 그 순간들이 바로 아이의 회복탄력성이 자라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이때 부모가 바로 해결해 주기보다, 그 좌절감을 스스로 추스르고 다시 도전할 수 다독여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달리다가 넘어져 본 아이만이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나는 법을 배우고, 실패를 겪어본 아이만이 다시 시작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어릴 적 작은 상처들은 아이의 마음을 서서히 단단하게 만들어, 앞으로 닥칠 인생의 크고 작은 파도를 넘을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내가 해냈어!"라는 경험이 자존감의 뿌리가 됩니다.

자존감은 부모나, 선생님 또는 친구들의 칭찬이 아닌, 스스로 성취해낸 경험에서 자라납니다. 우리는 흔히 "이야! 진짜 잘했어"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가볍기만 한 칭찬은 그저 아이를 잠시 기분 좋게 할 뿐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진짜 자신감은  여러 수십 번의 시도 끝에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스스로 발견하게 될 때,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무대에 끝까지 서 있었을 때 비로소 생겨납니다.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난관을 이겨냈을 때 아이의 눈빛과 목소리 톤은 확실히 달라집니다. "우와 처음에 어려웠던 일도 노력을 하면 잘할 수 있게 되는 구나."라는 믿음이 무의식 중에 깊이 새겨지기 때문입니다. 조금 어렵고 도전적인 과제는 아이의 뇌에 건강한 자극이 되고, 성취의 기쁨이라는 강력한 도파민을 선물합니다. 이러한 '성공 경험'이 하나둘 쌓일 때, 아이는 낯선 세상 앞에 뒤로 숨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단단한 자아를 갖게 됩니다.

부모의 가장 큰 사랑은 '기다림'입니다.

아이에게 도전적인 경험을 선물할 때, 부모가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은 바로 ‘기다림’입니다. 저에게도 잊지 못할 순간이 있습니다. 딸 아이가 6살 되던 해, 피아노를 배운 지 고작 9개월 만에 첫 발표회 무대에 섰을 때였습니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긴장했는지 아이는 첫 곡을 연주하다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정적 속에서 모두가 숨을 죽였고, 제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울음을 터뜨리기 전에 뛰어가서 데리고 내려와야 하나, 아니면 다시 해보라고 해야 하나?'

짧은 순간 수만 가지 생각이 스쳤지만, 저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괜찮아'라는 눈빛을 보냈습니다. 아이는 다시 건반을 눌렀고 첫 곡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이어진 두 번째 곡에서도 또 실수가 나왔습니다. 당장이라도 무대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저는 이번에도 "이제 그만 내려와도 돼"라는 말을 꾹 삼켰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시작했고, 결국 멋지게 연주를 끝마쳤습니다. 만약 제가 그 순간 아이의 불안을 덜어주려 무대로 뛰어들었다면 어땠을까요? 아이는 '실수를 딛고 끝까지 해내는 기쁨' 대신 '실패한 무대'만을 기억했을지 모릅니다. 제가 우리 딸을 믿고 기다려 주었기에, 아이는 그 침묵 속에서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웠고 이듬해 연주회에서는 실수 없이 아주 멋진 연주를 보여 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아이가 스스로 자존감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하는 큰 힘이 되겠습니다. 

실수에도 당황하지 않고 피아노 연주를 하는 끝까지 마치는 아이 사진
딸아이의 첫 번째 도전, 피아노 연주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