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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입시 트렌드, 수학보다 '과학 선행'인 이유

by 단단맘_B제이제이 2026. 1. 24.

얼마 전, 학원 설명회에 다녀왔습니다. 대기 시간 동안 엄마들의 대화 주제를 살짝 엿들어 보니 기승전 '수학'이었습니다. 선행을 어디까지 해놔야 안심이 되는지가 공통적인 고민인 것 같았습니다.
그때, 강단에 선 학원 원장님 첫 질문은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입시 상식을 정면으로 깨뜨렸습니다.
"어머님들, 솔직히 여쭤보겠습니다. 자녀 대학 간판, 결국 '수학'이 결정한다고 굳게 믿고 계시죠?"
"여기 계신 분들 90%가 수학 선행에 목숨 걸고 계시죠? 그런데 이제는 전략을 바꿔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2028년도 입시부터는 수학 선행 많이 한 애들보다 '과학'을 선행한 학생들이 유리할 것입니다."
순간 장내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대학은 수학으로 간다'는 게 이 바닥의 불문율 아니었나요?
하지만 2시간의 설명회가 끝나고 나올 때, 저는 그 말이 단순한 겁주기가 아니라 바뀐 입시 제도가 가리키는 명확한 '팩트'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팩트 체크: 문과도 피할 수 없는 '통합과학'의 시대

가장 큰 이유는 2028 대입 개편안 때문입니다.
지금 초등학생부터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이 대학에 갈 때는 입시의 룰(Rule)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핵심은 '선택권 박탈'입니다. 과거에는 "우리 애는 문과 머리라 과학은 버릴래요"가 통했습니다. 수능에서 사회탐구만 선택하면 됐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안 통합니다. 문과, 이과 구분 없이 전국의 모든 수험생이 똑같은 '통합과학' 시험지를 풀어야 합니다. 이게 얼마나 큰 변화인지 표로 정리해 봤습니다.
 

현행 입시 vs 2028 대입 개편안 비교
현행 입시 vs 2028 대입 개편안 비교

수학은 심화 선택 과목이 빠지면서 범위가 줄어들었습니다. 변별력이 예전만 못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과학은 전국 50만 수험생이 다 같이 경쟁하는 '필수 과목'이 되었습니다. 남들 다 수학 문제집 풀고 있을 때, 과학적 사고력을 길러둔 아이가 입시의 '블루오션'을 차지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2. 고등학교의 현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시간' 싸움이다

"과학은 나중에 닥쳐서 암기하면 되지 않나요?"
설명회 강사님이 절대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과학 선행은 지식을 쌓는 게 아니라, '고등학교 때 수학 공부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수학 난이도가 중학교와는 차원이 다르게 급상승합니다. 아이들은 자습 시간의 80%를 수학 문제 푸는 데 쏟아부어야 겨우 진도를 따라갑니다.
그런데 이때, 생소한 과학 용어들이 쏟아지는 수행평가 시즌이 닥치면 어떻게 될까요?

  • 과학 베이스(배경지식)가 없는 아이:
    '가속도', '산화환원', '공유결합', '전자기 유도'... 생전 처음 보는 용어를 이해하느라 교과서를 붙들고 밤을 새웁니다. 당연히 수학 공부할 시간이 줄어듭니다.
    결국 "과학 하느라 수학 못 했고, 수학하느라 과학 망쳤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옵니다.
  • 과학 배경지식이 있는 아이:
    "아, 이거 어릴 때 잡지에서 봤던 건데?" 하고 개념을 빨리 잡습니다. 수업 시간만으로 커버가 되니, 남는 시간에 수학 심화 문제를 풉니다. 이것이 최상위권 아이들의 숨겨진 공부 비결입니다.

즉, 초등~중등 때 해두는 독서와 경험은 미래의 아이에게 '시간'이라는 가장 비싼 자원을 선물하는 적금입니다.

3. 문제집 풀이 NO, '덕질'이 곧 최고의 스펙이다

"그럼 당장 서점에 가서 '하이탑 물리' 같은 두꺼운 문제집을 사서 풀려야 하나요?"
절대, 제발 그러지 마세요. 초등학생 때 필요한 건 문제 풀이 기술이 아니라 '과학적 문해력'입니다.
다행히 저희 아이는 '우주' 덕후입니다. 어릴 때부터 로켓, 행성, 블랙홀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반짝거렸죠.
저는 그동안 이게 그냥 공부하기 싫어서 빠진 취미 생활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게 입시를 위한 엄청난 '자산'이었습니다. 우주를 좋아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이런 것들을 궁금해하게 됩니다.

  • "로켓은 어떻게 날아가?" → 작용 반작용, 중력 (물리)
  • "화성에는 왜 공기가 없어?" → 대기 조성, 원소 (화학)
  • "별은 어떻게 태어나?" → 핵융합, 에너지 (지구과학)

아이는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신나서 '덕질'을 했을 뿐인데, 그 과정에서 고등학교 때 배울 통합과학의 핵심 개념들을 이미 머릿속에 이미지로 저장해 두고 있었던 거죠.
이런 아이들은 나중에 "운동량 보존 법칙"을 배워도 공식을 외우는 게 아니라, "아, 로켓 날아갈 때 그 원리!" 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합니다. 이게 바로 이길 수 없는 '진짜 선행'입니다.

4. 엄마표 과학 로드맵 (Feat. 억지로 시키지 않는 법)

설명회를 다녀온 후, 저는 아이에게 수학 학원 특강을 추가하는 대신 '과학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일정을 짰습니다. AI 시대, 지식은 검색하면 나오지만 '호기심'과 '문해력'은 학원에서 주입식으로 가르칠 수 없으니까요.

  1. 양질의 잡지와 단행본 노출:
    학습 만화만 보던 아이에게 줄글로 된 과학 잡지(과학동아, 뉴턴)나 '코스모스(청소년판)' 같은 책을 슬쩍 책상 위에 올려둡니다. 우주 덕후라 그런지 어려운 용어가 나와도 맥락으로 이해하며 읽더군요. "엄마, 엔트로피가 뭔지 알아?"라고 물어볼 때의 그 뿌듯함이란!
  2. 여행을 '현장 학습'으로 업그레이드:
    지난번 호주 여행에서 갔던 **'문릿생추어리'나 '블루마운틴'도 훌륭한 생물학 교과서였습니다. 다음 여행은 천문대가 있는 곳이나 항공우주 박물관이 있는 곳으로 정해, 아이가 책에서 본 내용을 눈으로 확인하게 해 줄 생각입니다. (경험이 동반된 지식은 절대 잊히지 않습니다.)
  3. 검증된 유튜브 채널 활용:
    게임 방송 대신 'NASA 공식 채널', '안될 과학', '1분 과학' 같은 고퀄리티 채널을 같이 봅니다. 영상으로 본 내용을 엄마에게 설명해 달라고 하면, 아이는 신나서 선생님처럼 떠듭니다. 자신이 아는 걸 말로 설명하는 과정(메타인지), 이게 최고의 복습법이죠.

수학은 '엔진', 과학은 '내비게이션'

누군가 입시를 자동차 경주에 비유하더군요.
수학은 자동차를 앞으로 가게 하는 강력한 '엔진'입니다. 엔진이 약하면 아예 달릴 수가 없으니 당연히 중요합니다. 저도 수학을 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과학(과 배경지식) 은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이 길이 맞는지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이자 '핸들'입니다.
2028년, 입시의 지형도가 바뀝니다. 엔진만 믿고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는 아이보다, 넓은 시야(과학적 사고)를 가지고 핸들을 자유자재로 꺾을 줄 아는 아이가 더 유리한 트랙이 열리고 있습니다.
"수학 숙제 다 했어?"라고 닦달하기 전에,
오늘 저녁엔 아이와 함께 베란다에서 밤하늘을 보며 블랙홀 이야기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엄마, 블랙홀에 들어가면 시간이 멈춘대! 인터스텔라 봤잖아!"
아이가 던지는 이 엉뚱한 한마디가, 훗날 통합과학 1등급의 씨앗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