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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제발 그냥 주지 마세요! 스스로 책상에 앉게 만드는 용돈의 기술

by 단단맘_B제이제이 2025. 12. 18.

제가 어릴 때와는 다르게 요즘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 교육' 프로그램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서점에 가도, 유튜브를 봐도 '어릴 때부터 돈 버는 법을 가르쳐라', '유대인들은 이렇게 가르친다' 같은 이야기들이 넘쳐납니다.
그중에서 경제개념을 심어주는 활동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집안일에 대한 보상'이라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설거지를 하면 500원", "신발 정리를 하면 300원", "분리수거를 하면 1,000원". 
마치 식당 메뉴판처럼 집안일 항목마다 가격을 매겨놓고, 아이가 실행을 하면 용돈을 주는 방식이죠.
처음엔 저도 노동의 가치를 깨닫게 하고 돈의 소중함을 알려준다는 취지로는 참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한 끝에 저는 집안일의 대가로는 용돈을 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집안일에 대해서는 ‘No Pay 원칙’을 세웠습니다.

따뜻한 밥상에 '청구서'를 내밀 순 없잖아요.

제가 아이에게 집안일을 시키면서 돈을 주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하지만 명료합니다. 가족끼리 '이거 해주면 얼마 줄 거야?' 하며 셈을 하는 게 너무 계산적이고 삭막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회사야 업무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 계약 관계지만, 가정은 다릅니다. 집안일이라는 게 등급을 매겨서 가격표를 붙일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족을 위한 희생과 배려가 담긴 노동을 돈으로 환산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아이가 설거지 한 번 했다고 500원을 쥐여주면, 그때부터 아이는 엄마를 돕는 게 아니라 '돈 벌려고 일하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그럼 나중에 정말 황당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들아, 방 좀 치워줄래?" "엄마, 나 이번 달은 할아버지한테 용돈 충분해서 안 할래."
돈이 아쉽지 않으면 굳이 집안일을 할 필요가 없는 '선택 사항'이 되어버리는 거죠. 저는 우리 아이들이 대가 없이도 가족을 위해 물 한 잔 챙겨줄 수 있고, 녹초가 되어 퇴근한 엄마를 위해 분리수거를 해 줄 수 있는 센스 있는 어른으로 컸으면 좋겠습니다.

집안일에 '도와주는 것'은 없습니다. '자기 몫'이 있을 뿐

흔히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시킬 때 "엄마 좀 도와줄래?"라고 부탁하곤 하죠. 저는 이 말도 되도록 안 쓰려고 노력합니다.
'도와준다'라는 말은 '원래 이건 엄마 일인데, 네가 특별히 선심 써서 거들어준다'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기가 때문입니다. 
집은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먹고, 자고, 쉬는 공간이니 집안일은 누군가를 돕는 게 아니라, 팀플레이처럼 철저한 '분업'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제 아들과 유치원 졸업반 딸아이가 스스로 하고 있는 일이 몇 개 되지 않지만, 저는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해야 하는 집안일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아래는 현재 제가 아이들에게 일임하고 절대 대신 해주 지지 않는 일입니다. 

  • 초등학교 3학년 아들: 사용한 물통/수저통 싱크대에 놓기, 식사 후 다 먹은 그릇/수저 싱크대에 놓기, 다 마른빨래 개고 옷장에 정리하기, 음료/간식 알아서 챙겨 먹기( 엄마에게 가져다 달라고 요청하지 않기), 빨래 바구니에 옷을 넣기 전 주머니 검사하기, 감기 정도는 혼자 병원에 가기. 
  • 유치원 졸업반 딸: 혼자서 샤워하기, 다 마른 수건 개기, 다음 날 입을 옷은 본인이 선택하고 입기, 사용한 물통/수저통 싱크대에 놓기, 식사 후 다 먹은 그릇/수저 싱크대에 놓기. 독서 후 독서 통장에 기록하기(유치원 숙제). 장난감 정리하기기

이런 일들은 돈을 받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 이 집에 사는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스스로 해야 할 '의무'이죠?. 밥을 먹었으면 치우는 게 당연하고, 옷을 입었으면 빨래바구니에 넣는 게 삶의 기본이니까요. 이 당연한 생활 습관에 가격표를 붙여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아이 용돈은? "숙제 1개당 100원!"

물론 집안일에 대한 값을 안 준다고 해서 용돈을 그냥 공짜로 쥐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노동의 숭고한 가치를 배워야 한다는 점에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하니까요. 그래서 저희 집에는 집안일과는 별개로 운영되는 확실한 '소득원'이 하나 있습니다. 여기서 저희 집만의 두 번째 원칙이 등장합니다.
"집안일은 의무지만, 자기 계발은 노력이다."
저는 아이가 본인의 성장을 위해 땀 흘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보상해 줍니다.
바로 '숙제'입니다. 학원 숙제, 악기 연습, 자습용  문제집 풀기 등 아이가 학생으로서 해야 할 본분을 다했을 때, 저는 숙제 하나당 100원을 지급합니다. 학생이 공부하는 것도 당연한 의무 아니냐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집안일은 ‘현상 유지'를 위한 일이지만, 공부나 숙제는 아이가 하기 싫은 마음을 꾹 참고 본인의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고통을 감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노력에 대해서는 확실히 보상이 있으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숙제 기록을 하고 숙제 1개당 100원을 용돈으로 받는 아이
큰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쓰던 숙제 기록 보드

티끌 모아 태산, 100원의 마법

100원이라고 하면 정말 작은 돈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월말에 정산을 하면 꽤 큰돈이 됩니다.

  • 하루에 숙제 3~4개를 하면 300원~400원이 생깁니다.
  • 일주일 꼬박 열심히 하면 약 2,000원이 모이죠.
  • 한 달을 꾸준히 모으면 6,000원~8,000원이 됩니다.

매일 밤, 아이들은 ‘숙제 기록 수첩’에 그날의 날짜와 끝낸 숙제 명을 씁니다. 그리고 저는 그 달의 마지막 날 밤에 숙제 1개당 100원으로 곱을 하여 총금액을 계산합니다. 아이에게는 “옛다, 이번 달 월급이다.”라고 말하며 큰 아이에게는 바로 계좌이체를, 작은 아이에게는 현금을 지급합니다. 동시에 현재까지 얼마를 모았는지도 정산을 하죠.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꾸준한 성실함'이 쌓이면 나중에 '큰 자산'이 된다는 경제의 기본 원리를 몸으로 배우게 됩니다. 한 번에 큰돈을 받는 게 아니라, 티끌을 모아 태산을 만드는 끈기도 기르게 되는 것이죠. 

생활력 강한 멋진 어른으로 자라길 바라며

나중에 우리 아이가 결혼을 했을 때 배우자에게 "내가 밥을 차렸으니, 너는 설거지라도 해"라고 말하는 얌체 같은 사람이 되길 원치 않습니다. 또, "내가 밖에서 돈 벌어오니까 집안일은 당신이 다 해"라고 떠넘기는 사람도 되길 원치도 않습니다.
"네가 요리하느라 고생했으니 설거지는 내가 할게."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사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이불을 개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할 줄 아는 '생활력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을 위한 헌신과, 자신을 위한 노력.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 이것이 워킹맘인 제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따뜻한 경제 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