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접는 법, 꼭 가르쳐 주세요"
첫째 아이 초등학교 입학식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강당에 모인 수많은 학부모님들 앞에서, 교장 선생님이 마이크를 잡고 간곡하게 부탁하신 말씀은
거창한 교육 철학이나 인재상이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하찮고 사소한' 것들이었죠.
"학부모님들, 댁에서 아이들 '우산 접는 법'은 꼭 좀 가르쳐서 보내주세요."
"비 오는 날 젖은 우산을 갑자기 확 펼치면 옆 친구가 다칩니다. 주위를 살피는 법을 꼭 알려주셔야 합니다."
그 말씀을 듣고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너무 사소한 일'이라고 여겨서 놓치기 쉽지만, 사실은 이것들이야말로 단체 생활을 하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이며 중요한 것들이라는 사실을요.
사회생활 20년 차인 저도 회사에서 비슷한 걸 느낍니다.
점심시간에 맞은편에 앉은 다 큰 어른이 젓가락질을 서툴게 하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말해서 좀 갑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이 덜 됐네'라는 생각, 저만 하는 건 아닐 겁니다.
공부는 학교 가서 해도 됩니다. 하지만 평생을 따라다니는 '생활 습관'과 '매너'는 입학 전,
집에서 완성해야 합니다. 교장 선생님도 걱정하고, 직장인 선배도 강조하는 '입학 전 필수 생존 훈련' 5가지.
오늘부터 당장 시작하세요.

1. "의외로 자주 겪는 실수" (물병 뚜껑 닫기)
학교 급식실에 물이 있어도, 1학년들은 보통 개인 물병을 챙겨 다닙니다.
그런데 아직 손아귀 힘이 약한 아이들이 뚜껑을 꽉 닫지 못해 가방 안에서 물이 새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가방을 열었을 때 교과서와 공책이 젖어 있으면 아이가 깜짝 놀라 당황하곤 하죠.
선생님이 도와주시긴 하지만, 축축한 책으로 공부해야 하는 아이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 [특훈 방법] 거창한 훈련이 아닙니다. 집에서 물을 마신 후, 뚜껑을 끝까지 돌려 잠그는 연습을 시켜주세요. 다 잠근 뒤에 "물병을 거꾸로 들어서 물이 새지 않는지 확인하는 습관"까지 들여주면 학교 가서도 실수할 일이 확 줄어듭니다.
2.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연습" (우산 접고 펴기 훈련)
교장 선생님이 왜 입학식에서 우산 이야기를 하셨을까요?
비 오는 날 등하굣길은 흉기(?)가 난무하는 전쟁터이기 때문입니다.
버튼이 뻑뻑해서 우산을 못 펴는 건 그나마 낫습니다. 사람 많은 현관에서 아무 생각 없이 우산을
'팍!' 펼치다 친구 눈을 찌를 뻔하거나, 우산 끝을 묶지 않고 질질 끌고 다니다 뒷사람 옷을
다 버리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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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훈 방법] 현관문 앞에서 시뮬레이션하세요.
- 주변 살피기: "옆에 친구 있나 없나 먼저 보고!"
- 안전하게 접기: 손가락 찝히지 않게 '딸깍' 당기기.
- 마무리: "빙글빙글 돌려서 끈으로 묶기"까지 혼자 해야 합격입니다. 이건 '기술'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매너'입니다.
3. "실내화는 시작일 뿐" (깜빡하는 습관 고치기)
초등 1학년의 가장 흔한 질병(?)은 바로 '깜빡증'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금요일에 가져와야 할 실내화 주머니죠. 빈손으로 터덜터덜 와서는 "아차!" 합니다.
하지만 실내화는 예시일 뿐입니다. 음악 시간에 쓸 리코더, 미술 준비물인 색연필, 체육 시간 줄넘기...
학교 분실물 보관함이 미어터지는 이유입니다.
심지어 "간이 시험지에 부모님 싸인 받아 오기" 같은 미션은 난이도 최상입니다.
시험지를 며칠째 가방 속에 묵혀두거나, 힘들게 싸인해 줬더니 식탁 위에 고스란히 두고 학교에 가는 일도 다반사죠.
✅ [특훈 방법] 이건 '기억력'이 아니라 **'확인하는 습관'**의 문제입니다.
- 뒤돌아보기 루틴: 학교나 학원 교실을 나설 때, "내 자리에 뭐 떨어진 거 없나?" 하고 3초간 뒤돌아보는 습관을 심어주세요.
- L자 파일 활용: 가정통신문이나 시험지는 구겨서 넣지 말고, 무조건 'L자 투명 파일'에 넣게 하세요. 그리고 집에 오면 그 파일부터 엄마에게 보여주는 걸 원칙으로 정해야 합니다.
4. "엄마, 이거 찢어줘!" (포장 뜯기 훈련)
아침마다 유산균, 짜 먹는 영양제 줄 때마다 **"엄마, 이거 안 뜯어져. 해줘"**라고 가져오죠?
집에선 엄마가 해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학교 급식엔 김, 짜 먹는 케첩, 팩 우유 등 다양한
개별 포장 제품이 나옵니다. 이거 혼자 못 뜯어서 낑낑대다가 옆 짝꿍한테 부탁하거나,
결국 포기하고 안 먹고 오는 아이들 의외로 많습니다.
✅ [특훈 방법] 손가락 끝 힘(소근육)과 요령이 필요합니다. 영양제 스틱의 '이지 컷(Easy Cut)' 부분 찾는 법, 과자 포장지 양쪽 잡고 뜯는 법을 가르쳐주세요. 이제 "엄마 해줘" 금지입니다. 혼자 뜯어야 먹을 수 있습니다.
5. "굿바이 에디슨, 반가워 쇠젓가락" (올바른 식사 예절)
요즘은 위생 때문에 개인 수저통을 들고 다니는 학교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늘 완벽할 순 없죠. 깜빡하고 수저통을 안 가져가는 날이 반드시 생깁니다.
이때 학교 급식실에 비치된 공용 수저를 써야 하는데, 이건 아이들이 쓰던 에디슨 젓가락(교정용)이 아닙니다.
묵직하고 긴 '성인용 쇠젓가락'입니다. 집에서 교정용만 쓰던 아이는 그 젓가락을 쥐는 순간 멘붕이 옵니다.
반찬 집기 힘들어서 밥을 마시듯 먹거나 포크를 찾게 되죠. 무엇보다 '바른 젓가락질'**은 평생 갑니다.
사회에 나와서 젓가락질 엉망으로 하는 어른을 보면, 솔직히 "스스로 고치려는 노력을 안 했거나,
어릴 때 부모님이 가르쳐 주실 때 귓등으로도 안 들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내 아이가 나중에 커서 그런 평가를 받게 할 순 없잖아요?
✅ [특훈 방법] 입학 전까지 일반 어린이용 쇠젓가락으로 바꾸세요.
만약의 상황(수저통 두고 간 날)을 대비해서라도, 그리고 평생 갈 식사 예절을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연습이 필요합니다.
"사소한 습관이 아이의 품격을 만듭니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처럼, 학교는 국어, 수학만 배우는 곳이 아닙니다.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는 작은 사회죠.
우산을 접으며 뒷사람을 배려하고, 젓가락질을 바르게 하며 식사 예절을 지키고,
스스로 물병을 잠그며 내 물건을 책임지는 것.
이 사소해 보이는 습관들이 모여 "어딜 가도 사랑받는 아이", "기본이 된 아이"를 만듭니다.
한글 문제집 한 장 더 풀리는 것보다, 오늘 저녁 식탁에서 아이의 젓가락 잡는 손을 한 번 더 봐주시는
건 어떨까요? 20년 뒤, 어디서든 당당할 우리 아이를 위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