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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책상 추천? No! 책상 '자리' 추천? Yes!

by 단단맘_B제이제이 2026. 1. 11.

입학 시즌입니다. 백화점이나 가구 단지에 가면 화려한 조명이 달린 각도 조절 책상들이 우리 엄마들 눈을 현혹하죠. 가격표를 보면 ‘헉’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우리 애 학교 가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 공부 잘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12개월 할부를 긁으려는 분들.
잠시만 그 카드, 지갑에 다시 넣어두세요. 20년 차 직장맘이자 두 아이를 키우는 제가 감히 말씀드립니다.
초등학교 1학년에게 독립된 '공부방'과 '비싼 책상'은 아직 필요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엄마, 방 문 닫고 들어가면 진짜 공부가 될까요?"

제 어릴 적 기억을 먼저 꺼내봐야겠네요. 저도 제 방이 따로 있었습니다. 시험 기간에 "공부해라" 소리를 듣고 방문을 닫고 책상 앞에 앉으면, 그때부터 진짜 공부가 시작되었을까요? 천만에요. 오히려 그때부터 온갖 상상의 나래가 펼쳐집니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TV 소리, 어머니와 아버지가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면 귀는 문쪽으로 쫑긋 서고,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죠. '나만 빼고 맛있는 거 먹나?', '무슨 재밌는 얘기 하지?' 소외감과 궁금증 때문에 엉덩이가 들썩거려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이미 깨달았죠. 내가 책상에 앉아 있어도 나는 공부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구나, 하고요.
 

도쿄대 의대 4남매를 키운 '거실의 기적'

오래전, 제 교육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교육 다큐멘터리 하나가 있습니다. 자녀 4명을 모두 일본 최고 명문인 도쿄대 의대(이과 3류)에 합격시켜 전설이 된 '사토 료코' 씨의 집 풍경이었는데요. 보통의 집이라면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했을 커다란 TV와 푹신한 소파가 없었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 낡은 책상 3개가 독서실처럼 나란히 놓여 있었고, 벽면은 온통 책으로 가득 차 있었죠.
거실이 아니라 마치 '가족 도서관' 같았습니다. 아이들은 이 곳에서 다함께 공부를 하는 것이었죠.
그녀의 철학은 단순했습니다. "공부방 문을 닫으면 단절되지만, 거실에 나오면 공부도 가족의 문화가 된다."
실제로 도쿄대 합격생의 74%가 어릴 때 자기 방이 아닌 거실에서 공부했다는 통계도 있더군요. 밥 짓는 냄새,
가족의 인기척이 느껴지는 식탁이 아이들을 명문대로 이끈 겁니다.
저는 진심으로 그 다큐를 보고 다짐했었습니다.
"나중에 아이를 키우면 나도 거실에TV를 두지 말자, 그리고 거실을 서재로 만들어야지."

TV 없는 거실, 우리 집은 '스타벅스'입니다.

그래서 저희 집 거실엔 TV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쭉 없을 예정이고요. 그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비싼 가구가 아닙니다.제가 퇴근 후 잔업을 하거나 글을 쓰는 '엄마 책상', 오빠가 쓰던 걸 물려받아 흠집이 좀 난 '둘째의 작은 책상', 그리고 첫째가 쓰는 건 놀라지 마세요. 그냥 '낮은 식탁 테이블'입니다. 남들이 보면 "애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 "자세 나빠지는 거 아니냐"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녁마다 펼쳐지는 저희 집 풍경은 꽤 근사합니다.
엄마는 책상에서 업무를 보고, 첫째는 식탁에서 숙제를 하고, 둘째는 그 옆에서 엎드려 그림을 그립니다.
서로 등을 돌리고 각자 방에 박혀 있는 게 아니라, 한 공간에서 각자의 일에 몰두하는 '거실 스터디 카페' 같은 느낌이죠. 제가 노리는 건 단순합니다. 아이 머릿속에 '거실의 이미지'를 새로 심어주는 겁니다.
거실은 소파에 누워 멍하니 TV를 보는 곳이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가족과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는 가장 활기찬 공간. 그 이미지를 무의식 중에 심어주는 것이 비싼 책상을 사주는 것보다 백 배는 더 중요합니다.

방이 아닌 거실로 나와서 가족과 함께 공부를 하는 분위기

방은 '잠만 자는 곳'으로 남겨두세요.

물론 아이가 고학년이 되고 사춘기가 오면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겠죠. 저는 그때 아이 방을 예쁘게 꾸며줄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때도 그 방에 책상은 넣어주지 않을 겁니다.제 교육 철학은 확고합니다. "침실은 오로지 쉼을 위한 곳, 공부는 개방된 곳에서 치열하게." 방에 들어가서 침대가 눈앞에 보이면 눕고 싶고, 감시자가 없으니 스마트폰 몰래 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입니다.
어른인 저도 그런데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공부는 거실 큰 테이블에서 가족과 함께 하고, 방에 들어가는 순간은 온전히 쉬는 시간으로 분리해 주는 것.
그것이 아이가 집에서도 긴장과 이완의 균형을 배우는 방법이라 믿습니다.

가구점 대신 서점으로 가세요.

200만 원짜리 책상이 아이 성적을 올려준다면 빚을 내서라도 사주겠죠. 하지만 도쿄대생의 74%를 만든 건 비싼 가구가 아니라, 식탁 귀퉁이라도 엄마, 아빠가 옆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환경'이었습니다.
TV 소리 대신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집. 입학 선물로 무엇을 사줄까 고민 중이신가요?
이번 주말엔 가구점 대신 아이 손 잡고 서점에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오늘 저녁, 과감하게 TV 코드를 뽑고 식탁에 아이와 마주 앉아보세요.
"엄마, 나 여기서 하니까 공부 더 잘돼!" 아이의 이 한마디가, 그 어떤 명품 책상보다 값진 입학 선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