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살면서 '진짜 잊지 못할 생일 파티'가 있으신가요?
수십 번의 생일을 보냈지만, 딱히 기억에 남는 이벤트가 떠오르지 않아서 대답하기가 힘드네요.
늘 어머니까 끓여주시던 미역국 정도? 제가 성인이 되고 점점 나이를 먹으니 생일이라고 꼭 미역국을 챙겨 먹는 일도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 생신 때도 그저 식당하나 예약하고 케이크를 사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막상 엄마가 되고 나니, 아이 생일이 다가오면 묘한 조바심부터 납니다.
SNS에 올라오는 화려한 파티 사진들을 보며 남들처럼 풍선도 달아야 하고, 멋진 장난감도 사줘야 할 것만 같죠.
경쟁 아닌 경쟁을 스스로 만드는 것만 같습니다. 정작 아이는 아무 생각이 없는 데 말이죠.
생일 파티가 끝나고 나면 어떤가요? 한 번 쓰고 터트려 버린 풍선 조각들이나, 금세 원래 있던 장남감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되는 선물을 보면서 현타를 느끼진 않으셨나요?
저도 한 때는 '생일에 진심’인 엄마였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육아'를 지향하는 워킹맘이라 딱 한두 번 정도는 평생 우려먹을 수 있는 강렬한 추억을 선물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현재까지는 제가 잊지 못하는(엄청나게 공들인)’ 저의 첫째 아들의 7살 생일, 그리고 둘째 딸의 4살 생일에 준비한 선물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7살 아들 생일: 검정색 절연 테이프 하나로 '갤러리' 분위기를 내다.
첫째가 만 6살(한국 나이 7살)이 되던 해, 아이의 관심사는 자동차에서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으로 완전히 넘어갔습니다.
육아 선배들이 6살 이전까지의 기억은 몰라도 7살 기억은 평생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 뇌리에 평생 박제될 '임팩트'를 주고 싶었습니다.
커다란 스파이더맨 풍선하나만 덩그러니 놓기에는 뭔가 허전할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썩 그렇게 기억 남을 것 같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스파이더맨의 상징을 우리 집 거실 벽에 직접 펼쳐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서랍 속에서 검은색 절연 테이프를 꺼내 들고 거미줄을 쳤습니다.
- 설치 미술이 된 거미줄: 벽 중심에서 밖으로 뻗어나가는 선을 긋고, 가로줄을 스캘럽 형태로 이어주는 단순한 작업이지만 결과물은 압도적입니다. 대리석 벽면 위로 뻗은 검은 라인은 마치 현대 미술관의 '설치 미술'이나 힙한 '그래픽 아트'처럼 보였습니다. "엄마가 이걸 다 했어?" 하며 입을 다물지 못하던 아이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 추억을 전시하다: 이 거대한 거미줄 아트월 위에 아이의 성장 사진을 여러장 인화해서 클립으로 걸어두었더니, 이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아이의 인생이 담긴 '특별 기획 전시회'가 되었습니다. 평범했던 사진이 거미줄 위에 걸쳐 있으니 완전히 새로운 느낌입니다.
- 장난감의 오브제 변신: 3단 디저트 접시 위에는 토퍼 대신 아이가 아끼는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피규어를 올렸습니다. 평소 바닥에 굴러다니던 장난감도 이 멋진 배경 앞에서는 훌륭한 오브제(Objet)가 되었습니다.
4살 딸아이 생일: '반쪽짜리 선물'을 주다.
둘째 딸이 만 3살(한국 나이 4살) 되던 해에는 '종이로 만드는 대형 푸드 카트(FPF 벤더 카트)'를 선물했습니다. 3~4살 시기의 아이들을 보셨나요?
스케치북 한 권을 뚝딱 다 쓰고도 모자라 벽지나 바닥에 몰래 그림을 그리다 혼나기도 하죠.
그만큼 '색칠하기'와 '그리기'에 엄청나게 몰입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미 완성된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장난감 대신, 아이의 그 예술가적 욕구를 마음껏 풀어줄 '거대한 하얀색 입체 도화지'를 선물했습니다.
- 엄마의 조립, 아이의 디자인: 배송 온 종이 패키지를 접고 끼우는 건 엄마 몫입니다. (튼튼한 골판지라 접는 데 땀 좀 흘렸습니다.) 하지만 텅 빈 하얀 벽면을 채우는 건 오롯이 아이의 몫이 됩니다.
- 낙서가 작품이 되다: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삐뚤빼뚤 색칠하고 좋아하는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여도 괜찮습니다. 엄마가 보기엔 서툴러 보여도,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작품입니다. 오히려 그 서툰 솜씨가 더해져 세상에 하나뿐인 '리미티드 에디션'이 탄생합니다.
- 내 가게, 내 공간: 돈을 주고 산 완성품보다, 다소 투박하더라도 내 손으로 직접 색칠해서 완성한 '나만의 가게'는 애착의 깊이가 다릅니다. 아이는 이 종이 카트를 밀고 다니며 세상의 만물을 다 파는 사장님 놀이를 아주 오랫동안 즐겼습니다.

식상한 말이지만 아이들의 웃는 얼굴이 최고의 선물입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거미줄에 환호하던 7살 꼬마는 10살 형아가 되었고, 종이집에서 “이거 사세요. 1 +1 (원 플러스 원)입니다 하며 상황극을 실감 나게 하던 4살 아기는 7살 어린이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제 휴대폰으로 옛날 사진들 보다가 꼭 그때의 생일 사진이 나오면 보물을 발견한 것 마냥 수다를 떱니다.
“ 엄마 나 이거 기억나! 이거 엄마가 만든 거미줄이잖아.", "내 종이 카트 어디 갔어? 엄마가 버렸어? 어?"
다 지나간 일인 줄 알았는데, 아이들의 머릿속에 그날의 장면과 추억 들이 남아있다니 정말 평생 우려먹을 수 있겠습니다.
아직은 "엄마가 고생했어"라는 말 대신, 눈에 보였던 사실 그대로만 이야기하는 아이들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키가 자라고 마음이 자라면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그
거미줄 한 줄 한 줄에, 종이집을 접던 손길 하나하나에 엄마의 열정과 무한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는 것을요.
설령 조금 늦게 알아주더라도 괜찮습니다.
당시 그 선물을 보고 세상을 다 가진 듯 함박웃음을 짓던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저는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행복하니까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이번 생일에는 어느 키즈 카페에서 때울까 고민하시는 분도, 인스타그램 저장만 100개 하신 결정장애 어머님, 아버님도 이번에는 큰맘 먹고( 원래도 통이 크시겠지만) 평생 우려먹겠다는 각오로 세상에서 하나뿐인 찐 엄마표, 찐 아빠표 생일파티를 계획해 보세요.
알고 보면 우리 모두 대단한 파티 플래너 일지도 모릅니다.
[Shopping Tip: 단단 맘의 '내돈내산' 정보]
선물: FPF (Funny Paper Furniture) - '마이 벤더 카트'
*Tip: 바퀴도 실제로 굴러가고 수납도 되는 디테일 끝판왕 종이 장난감입니다. 모형은 종류가 몇 개 됩니다. 집도 있고, 비행기도 있었습니다. 낙서하고 그리기 좋아하는 3~5살 아이 선물로 강력 추천합니다! (조립 난이도는 조금 있으니 아빠 찬스를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