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가 6세가 되는 해에 방문 피아노 레슨을 시작하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선생님이 오시는데, 레슨이 끝나면 선생님께 종종 듣는 피드백이 있습니다.
"어머님, 둘째가 연습을 정말 잘해왔어요. 어머님께서 꼼꼼하게 연습을 잘 시켜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속으로 살짝 뜨끔합니다.
선생님이 보시는 그 '훌륭한 연습량' 뒤에는 엄마인 저의 '눈물 쏙 빼는 스파르타식 닦달이 숨어 있기 때문이죠.
사실 저는 선생님께도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기도 합니다.
"이번 주에 애 눈물 쏙 빠지게 혼내면서 연습시켰어요."
오늘은 조금은 논란이 될 수도 있는, 6~7살 꼬맹이를 대하는 저의 '독한 연습 철학'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기왕 시작한 거, 확실하게 해야지"
제 육아의 모토 중 하나는 "안 하면 안 했지, 기왕 시작했으면 제대로 하자"입니다.
피아노뿐만 아니라 모든 배움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다 재미있죠. 하지만 실력이 늘려면 반드시 지루하고 힘든 '고비'를 넘어야 합니다. 많은 아이들이 이 고비에서 "재미없어", "힘들어"라며 그만두려 합니다. 저도 사실 그런 어머니의 영향으로 포기가 빠른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저는 그런 제가 싫었고 '대충 하는 습관'이 몸에 배는 것보다, 차라리 '힘들어도 끝까지 해내는 경험'을 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꾀를 부리면 아주 엄하게 훈육하며 연습을 시키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에게 아주 현실적인 '돈' 이야기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피아노 레슨비가 얼마인지 알려 주었고, 아이가 레슨 받기 싫다고 투정 부리는 날에는,
"만약 이게 공짜 수업이었으면 엄마도 쉬라고 했을 거야. 하지만 엄마가 이미 돈을 지불했잖아.
네가 연습을 안 하면 그 돈은 그냥 공중으로 날아가는 거야. 엄마는 돈을 그렇게 낭비할 수 없어."라고 말을 합니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아이는 알아듣습니다. 내 배움에는 엄마의 피, 땀, 눈물과 같은 돈이 들어가고, 그렇기에 함부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을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콩쿠르 날 아침, 20번의 연습이 만든 '준대상'
제 교육 방식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하지만 이 '독한 과정'이 있었기에 아이는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피아노 콩쿠르 대회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아침 일찍 깨웠습니다. 그리고 대회장에 가기 전, 피아노 앞에 앉히고 말했습니다.
"지금부터 딱 20번만 치고 가자."
아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힘들어했지만, 저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무대 위에서 긴장해서 머리가 하얘지더라도, 손가락이 기억해서 저절로 움직일 만큼 연습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혼자 20번 연습을 다 채우고 대회장으로 향했습니다.
결과는 어땠냐고요? 아이는 그 큰 무대에서 떨지 않고 완벽하게 연주를 마쳤고, 당당하게 '유치부에서 준대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실수 없이 연주를 마치고 내려오는 모습에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넘쳐흘렀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대회가 끝난 저녁에 선생님으로부터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고 그 순간 아이의 환한 미소를 절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둘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게 무엇이든, 연습에 대한 믿음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것 같습니다.
'즐거움'은 '잘해야' 생긴다.
흔히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라고 하죠? 하지만 저는 "잘해야 즐길 수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그 증거가 바로 우리 딸의 달라진 행동입니다. 요즘 유튜브 쇼츠 보면 지나가는 행인이 백화점이나 공항에 있는 피아노를 멋지게 연주하는 영상들이 있잖아요?우리 딸이 딱 그렇게 변했습니다.
예전에는 피아노 근처에도 안 가더니, 콩쿠르 준비를 힘들게 하고 실력이 붙으니까 태도가 180도 달라지더라고요.
백화점이나 호텔 로비에 있는 그랜드 피아노만 보이면 바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주저하거나 망설임 없이, 의자에 딱 앉아서 그동안 눈물 흘리며 연습했던 그 곡을 칩니다.
사람들이 지나가다 쳐다봐도 쑥스러워하기는커녕, 어깨를 으쓱하며 건반을 누르는 그 당당함. "나 이만큼 칠 줄 알아요!"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대충 뚱땅거리며 노는 재미는 금방 질립니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연습 끝에 내 손끝에 장착된 실력은, 아이를 언제 어디서든 주인공으로 만들어줍니다. 그 짜릿한 맛을 본 아이는 이제 누가 시키지 않아도 피아노 앞에 앉습니다.

선생님들의 공통된 반응 "어머님, 감사합니다"
제가 아이 옆에 앉아서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눈물 쏙 빼게 혼내는 건 아이를 피아니스트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어떤 배움이든 '임계점'을 넘는 태도를 가르치기 위해서입니다.
이건 첫째 아이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얼마 전 첫째가 재능교육 학습지 숙제를 다 못 했길래, 제가 아주 호되게 혼을 내서 밤늦게까지 결국 다 끝내게 만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학습지 선생님께 했더니, 선생님 반응이 피아노 선생님과 똑같으셨습니다.
"어머님, 정말 잘하셨어요! 그렇게 잡아주셔야 아이 습관이 잡혀요. 엄마가 흐지부지 넘어가면 저희가 아무리 가르쳐도 안 늘거든요. 그렇게 단호하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하기 싫은 날에도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 '끈기'. 엄마가 지불한 기회비용을 날리지 않으려는 '책임감', 그리고 남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내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자신감', 저는 피아노와 학습지라는 도구를 통해 아이들에게 인생을 대하는 이 '단단한 자세'를 가르치고 있는 중입니다. 훗날 아이들이 커서 어떤 시련을 마주하던 "우리 엄마랑 공부할 때처럼, 독하게 하면 못 할 게 없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지금의 제 '악역'도 헛된 것은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