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홈 CCTV(홈캠)를 설치했다고 하면, 주변에서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묻습니다.
"애들 사생활 침해 아니야? 너무 감시하는 거 같아서 좀 그렇던데..." "그거 해킹 위험도 있다던데, 괜찮겠어?"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네, 저는 저희 아이 '감시'하는 용도로 씁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저 대신 아이의 일과를 지켜주는 유일한 '관리 감독관'이자 '보모'로 쓰고 있습니다.
워킹 맘인 저에게, CCTV는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닙니다.
특히 요즘처럼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되면, 이건 저에게 거의 '생명줄'이나 다름없습니다.
워킹맘에게 '방학'이란? (feat. 막막한 오전 시간)
학기 중에는 그나마 낫습니다.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와 제가 퇴근하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1~2시간 정도만 혼자 있으니까요.
그 정도는 간식 챙겨 먹고 숙제 좀 하다 보면 금방 지나가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방학은 차원이 다릅니다. 아침에 제가 전쟁 같은 출근을 하고 난 후, 아이가 오후에 학원 갈 때까지 그 긴긴 시간 동안 아이는 집에 혼자 있습니다. CCTV가 없다면, 저는 회사에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양치하고 세수는 했으려나? 점심은 제대로 챙겨 먹었을까?' '혹시 아침부터 게임기만 붙들고 있는 건 아니겠지?'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안감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죠. 전화를 하면, 숙제를 다했다고 거짓말을 한다던가, 화장실에 있어서 전화를 못 받았다고 하는 일이 일쑤입니다.
녹초가 되어 퇴근했는데, 아이가 숙제까지 다 해 놓지 않았다는 걸 알 게 된 순간 지옥의 문은 저절로 열리게 되는 겁니다.
그 불안감과 답답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현실의 벽과 유혹의 종합 선물 세트
주변 선배맘들에게 물어보니, 방학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를 맡아주고 점심, 저녁 식사까지 챙겨주는 이른바 '텐투텐(오전 10시~오후 10시) 학원'이나 '관리형 독서실'이 있다고 하더군요.
순간 솔깃했습니다. '밥 걱정, 공부 걱정 없이 안전하게 맡길 수 있다니!' 하지만 비용을 알고 나서는 이내 마음을 접었습니다.
혼자 벌어 아이 둘을 키우고 생활비 대기도 빠듯한데, 방학 특강비에 식비까지 감당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설령 무리를 해서 보낸다 한들, 또 다른 걱정이 앞섰습니다.
아이를 하루 종일 학원이나 독서실에 가둬두는 게 과연 최선의 선택 일지 모르겠습니다. 집집마다 상황이 다르겠죠?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건, 어떻게 해서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인데, 보호자 없는 텅 빈 집은 통제력 약한 아이들에게 '유혹의 종합 선물 세트'입니다.
손만 뻗으면 켜지는 스마트폰과 TV 속 화려한 영상들, 그리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아무도 잔소리하지 않는 완벽한 자유'.
어른인 저도 주말에 혼자 집에 있으면 소파와 한 몸이 되는데, 자제력 부족한 아이는 오죽할까요.
이 무방비 상태의 시간에 아이를 방치하는 건, 나태함의 늪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라고 등을 떠미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학 때 저희 집 CCTV는 '오전 일과 감독관'으로 풀가동됩니다.
회사에서 업무를 보다가도 틈틈이, 화장실에 갈 때도 앱을 켭니다. 분명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풀어야 할 시간인데, 허튼짓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면 그 즉시 저는 CCTV 마이크 버튼을 누릅니다.
"바른 자세로 앉아라! 숙제 다 끝낸 거 맞니?"
적막하던 집 안에 갑자기 울려 퍼지는 엄마의 원격 잔소리에 아이는 화들짝 놀라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책상으로 달려갑니다.
이렇게라도 실시간으로 '보는 눈'이 있다는 걸 인지시켜주지 않으면, 아이의 방학 오전은 그냥 증발해 버리니까요.

감시가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장치'
물론 CCTV로 24시간 아이를 숨 막히게 감시하려는 건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마쳤을 땐, 쿨하게 쉬어라고 말해줍니다.
제가 바라는 건 단순합니다. 비싼 학원에 보내진 못하더라도, 엄마가 옆에 없는 동안 하루의 '기본 루틴'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 CCTV는 아이가 방학 내내 나태함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감시 사회의 비극'이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처럼 홀로 아이의 양육과 생계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워킹맘에게 홈 CCTV는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도구'입니다.
이 작은 카메라 하나가 있어서, 저는 오늘도 밥값 비싼 학원비 대신 불안감을 조금 덜어내고 회사 일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아이가 커서 엄마의 감시 없이도 스스로의 시간을 잘 꾸려나가는 날이 오겠죠?
그때까지 이 든든한 '이모님'의 도움을 좀 더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