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린데 스트레스 주지 마세요!"
육아 서적이나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흔히 듣는 말이 있습니다.
"한글은 아이가 관심을 보일 때 가르치세요."
"글자를 읽게 되면 그림을 안 봐서 사고 확장이 안 돼요."
물론 일리 있는 말입니다. 아이를 책상에 묶어두고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건 저도 반대입니다. 하지만 저는 한글 교육의 시기에 대해서만큼은 생각이 달랐습니다. 저는 한글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 생각을 두 아이에게 적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에게는 시간이라는 선물과 아이들에게는 자립적인 습관이 생겼기에 제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합니다.

4살에 시작한 한글, 엄마의 '해방'이자 아이의 '즐거운 독립'이 되다.
제 경험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큰아이가 4살 되던 해에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아이는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에 이미 읽고 쓰기가 가능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유치원 동일학년에서 유일한 케이스였습니다. 선생님들은 ‘아이가 똑똑하네요, 대단하네요.’라고 칭찬인지 그 반대인지 애매한 피드백을 주었지만, 이 차이는 유치원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서 까지 엄청난 생활습관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독서숙제로부터의 독립이었습니다.
유치원에서는 매일 독서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책을 읽고 독서 통장에 제목과 주인공 이름을 쓰는 것인데, 놀랍게도 저는 이 숙제를 단 한 번도 도와준 적이 없습니다. 독서 통장에 엄마 아빠의 글씨체가 아닌 것은 우리 아이 뿐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스스로 책장에서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혼자 읽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독서 통장에 또박또박 제목을 적어 넣었습니다. 아이에게 그것은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해내는 즐거운 놀이였습니다. 눈으로 먼저 그림을 보다가도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면 다음 전개가 궁금하여 예쁜 그림을 보지 않고 페이지를 넘길 때도 있지만, 똑같은 책을 두 번, 세 번 다시 읽을 때는 이미 다음 전개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림에만 충분히 집중하는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7살 여름방학이 될 때까지도 아이 옆에 붙어 책을 읽어주고, 독서 통장 내용을 대신 써줘야 했던 친구 엄마들의 고충을 보며 저는 다시 한번 확신했습니다."일찍 가르치길 정말 잘했구나."
한글은 영어를 읽는 '마스터키'가 되었습니다.
흔히들 "영어는 노출이 중요하고, 한국어는 모국어니까 저절로 되겠지"라고 생각해서 한글 떼기를 미루곤 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은 달랐습니다. 오히려 한글을 빨리 깨친 것이 영어 읽기(파닉스)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한글과 영어는 둘 다 자음과 모음이 만나 소리를 내는 ‘소리글자'입니다. 한글을 통해 글자(기호)를 조합하면 소리가 된다는 암호 해독의 원리를 이미 4살에 깨친 아이에게, 영어는 그저 새로운 암호 세트일 뿐이었습니다.
읽기의 메커니즘을 이미 알고 있으니, 영어 알파벳을 배울 때도 습득 속도가 빨랐습니다. 한글이라는 탄탄한 모국어 읽기 능력이 영어라는 외국어의 장벽을 낮추는 훌륭한 '디딤돌' 역할을 해준 셈입니다.
우리 아이는 영어교습소를 다니지 않고도 저의 도움으로 7살에 그림 영어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건 첫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낙수 효과라고 하죠? 둘째는 제가 각 잡고 힘을 주고 가르칠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오빠가 4살 때부터 책을 읽고 무언가를 쓰는 모습을 보고 자란 둘째는, 읽고 쓰는 행위를 아주 당연한 일상의 놀이로 받아들였습니다. 덕분에 오빠보다 더 빨리, 더 수월하게 한글을 뗐습니다. 집안에서 '읽는 분위기가 먼저 잡히니 교육은 저절로 따라온 것입니다.
"엄마, 이건 뭐야?"가 사라진 순간, 아이의 자존감이 폭발합니다.
무엇보다 한글 조기 교육의 가장 큰 선물은 아이의 '자존감'입니다. 이 자존감은 누군가 칭찬해 줘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을 때 느끼는 '뿌듯함'에서 나옵니다.
글자를 모를 때 아이는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하고 답답합니다. 식당에 가도, 과자를 고를 때도,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늘 엄마에게 "이거 뭐야?", "이거 무슨 맛이야?"라고 물어봐야 하는 '의존적인 존재'였죠. 하지만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주도적인 존재'로 돌변합니다. "엄마, 오늘 급식에 스파게티 나온대!", "여기 개조심이라고 쓰여있어, 조심해."
세상의 암호를 스스로 해독하고 정보를 먼저 획득했을 때, 아이는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강력한 자신감을 얻습니다. 엄마의 도움 없이도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그 '자부심'이 아이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드는 진짜 자존감의 원천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가 아니라 '놀이'로, 지금 시작하세요.
물론 아이를 책상에 앉혀두고 힘들게 가르치라는 뜻이 아닙니다. 과자 봉지 이름을 함께 읽고, 길거리의 간판을 보며 퀴즈를 내는 것. 생활 속에서 '의도적으로 조금 일찍' 노출을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시작은 충분합니다.
주변의 "천천히 해도 돼"라는 말의 의미를 아이고 하고 싶어 할 때까지 미뤄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엄마도 아빠도 아이 대신 읽어주고 써주는 수고로움에서 벗어나, 아이에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열쇠'를 조금만 일찍 쥐여 줘 보세요.
가장 적당한 때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말하고 싶습니다. 아이가 세상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바로 지금이, 그 자유를 선물할 최적의 골든타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