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디를 보내야 합니까?"를 고민할 수 있다면, 부럽습니다.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 주변 공기부터 달라진다고 합니다. 중학교야 집 근처로 배정받는다지만,
고등학교는 아이의 대학, 아니 인생의 첫 번째 갈림길이라는 생각에 아이의 실력은 고려하지 않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일(우리 아이가 영재라는…)에 대비하여 정보를 얻고자 발품을 팔아 봅니다.
그런데 영재고, 과학고, 자사고... 거기다 요즘은 IB 학교까지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옆집 준우는 영재고 준비한다더라", "요즘은 의대 가려면 자사고가 답이라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에 마음만 더 조급해집니다.
얼마 전 저희 동네에 있는 'WP과사람(이공계 입시 전문 학원) 설명회에 다녀왔는데 ( 복잡한 입시 요강은 잠시 접어두고) 아이가 가진 '핵심 역량(CORE)'에 따라 어떤 학교에 가면 좋을지 대충 알게 되었습니다.

1. 신계(神界)의 아이들: [영재학교/과학고]
먼저 이공계 최상위, 소위 '신계'라 불리는 영재학교와 과학고입니다. 단순히 수학, 과학 점수가 100점인 아이가 가는 곳일까요? 절대 아니더군요.
- 진로(흥미)의 명확성: "전 그냥 수학이 좋아요" 정도로는 안 됩니다. "저는 인공지능의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처럼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 지식 생산자: 이게 정말 중요한 포인트였는데요. 남이 만든 지식을 배우는(소비) 데 그치지 않고, 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생산) 태도가 필수입니다.
- 탐구보고서 역량: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실험 주제를 잡고, 실패해도 보고서를 써내는 '집요함'이 있어야 합니다.
💡 엄마의 판단 기준: 우리 아이가 평소에 "왜요?"를 입에 달고 살고, 하나에 꽂히면 밤새 파고드는 '덕후 기질'이 있다? 그렇다면 영재고/과학고가 맞습니다. 반면, 성실하게 정해진 범위를 공부해서 100점 받는 걸 좋아하는 모범생 타입이라면 가서 오히려 힘들어할 수 있습니다.
2. 의대 사관학교? [자사고 - 해운대고 등]
다음은 자사고(자율형 사립고)입니다. 여기서 잠깐! 부산 엄마들도 많이 헷갈려하시는 부분 짚고 갈게요.
"어? 해운대고가 자사고였어? 일반고로 바뀐 거 아니야?" 네, 아닙니다! 몇 년 전 교육청 평가 문제로 일반고 전환 위기가 있었고 뉴스에도 크게 났었죠. 그래서 일반고 된 줄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학교 측이 소송에서 승소하며 자사고 지위를 당당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부산 유일의 자사고로서 짱짱한 의대 진학 실적을 내고 있죠. 설명회 자료를 보니 자사고가 원하는 인재상은 과학고와는 결이 조금 달랐습니다.
- 자기주도 학습 역량: 기숙사 생활이나 빡빡한 커리큘럼을 스스로 스케줄링할 수 있는 독한 멘탈.
- 주제 탐구 역량: 수/과학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 등 전 과목 밸런스가 좋은 '올라운더(All-rounder)'.
- 인성/공동체 역량: 리더십과 팀워크를 중시합니다.
참고로 자사고는 '전국 단위(용인외대부고, 상산고 등)'와 '광역 단위(해운대고 등)'로 나뉩니다. 전국 단위는 전국의 괴물(?)들이 모여 내신 따기가 하늘의 별 따기지만 학종에 유리하고, 해운대고 같은 광역 자사고는 부산 학생들끼리 경쟁하므로 면학 분위기는 챙기면서 내신 부담은 전국 단위보다 덜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엄마의 판단 기준: 전 과목을 골고루 잘하고, 승부욕이 강하며, 반장/회장 하는 걸 좋아하는 리더형 아이. 특히 의대/치대/약대 등 메디컬 계열을 목표로 한다면, 2028 대입 개편안(내신 5등급제 완화)의 최대 수혜자가 될 자사고를 눈여겨보세요.
3. 요즘 뜨는 [IB 학교 & 일반고] : "문해력이 무기인 아이"
요즘 각 지역 교육에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국제 바칼로레아) 도입에 아주 적극적이라 설명회에 가면 한 번을 꼭 듣게 되죠.
- IB가 뭔데? 스위스 비영리 재단에서 만든 국제 공인 교육과정입니다. 핵심은 "정답을 외우는 게 아니라, 생각을 꺼내는 공부"입니다.
- 수업 방식: "임진왜란 발생 연도를 쓰시오" (X) "임진왜란이 현재 한일 외교 관계에 미친 영향을 논하시오" (O)
설명회 때 보게 된 [제주도 가족 여행 문제] 기억에 남는데요. 가족이 렌터카 타고 여행하는 긴~ 스토리를 읽고 태양의 위치를 추론하는 문제였는데, 저는 처음에 국어 비문학 문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과학 문제였어요. 그리고 화면에 대문짝만 하게 [문해력 기반 비판적 사고]라고 적혀 있었죠. 2028 대입의 핵심은 '서술형/논술형 강화'입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힘(문해력)이 없으면 수학, 과학도 못 푸는 시대가 온 겁니다. IB 교육이 바로 이런 능력을 키워주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 엄마의 판단 기준: 달달 외우는 암기식 공부는 질색하지만, 책 읽고 토론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면 일반고 중에서도 'IB 중점 학교'나 교육과정이 유연한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겠습니다.
4. 2028 대입, 결국 승패는 '진로'에서 갈린다.
학교 유형이 어디든, 설명회 마지막 장표가 주는 메시지는 정말 묵직했습니다. "진로 명확한 학생, 성공 가능성 높음"
영재고든, 자사고든, 일반고든... 결국 대학이 뽑고 싶은 아이는 "점수 맞춰서 온 아이"가 아니라,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고(진로), 그것을 위해 미친 듯이 파고들어 본 경험(탐구)이 있는 아이"입니다.
설명회 화면에 적힌 "부모=잔소리꾼(X) → 연구 조력자(O)"라는 문구를 보며 저도 많이 반성했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건 "어느 고등학교 갈래?"라는 채근이 아니라, "너는 뭘 할 때 가슴이 가장 뛰니?"라는 질문이 아닐까요?
고등학교 입시, 남들이 좋다는 학교의 이름값이 아니라 '내 아이의 그릇'에 맞는 곳을 찾아주는 것. 그게 우리 부산 엄마들이 해야 할 진짜 숙제인 것 같습니다.
[요약: 한눈에 보는 고교 선택 가이드]
- 미친 탐구력 + 수학/과학 외길 인생 👉 영재학교 / 과학고
- 전 과목 밸런스 + 멘털 갑 + 의대 지망 👉 자사고 (해운대고 등)
- 독서/토론/글쓰기 강점 + 논술형 인간 👉 IB 운영 학교 / 일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