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와 사교육, 그 사이 어딘가
저는 아이 교육에 있어 나름의 확고한 '선택과 집중' 기준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는 초등맘입니다.
남들 다 보낸다는 수학과 영어 학원? 저희 아이는 다니지 않습니다. 아직은 학원 진도에 끌려다니기보다, 제가 집에서 문제집을 봐주며 자기주도 학습 습관을 잡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거든요. (사실 학원비 아껴서 더 좋은 경험시켜 주자는 주의입니다.)
대신 '집에서 엄마가 절대 못 해주는 영역'에는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위험한 시약과 실험 도구가 필요한 과학 학원, 전문 기술 영역인 코딩, 문해력과 토론 능력을 길러줄 독서 논술(책통), 그리고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할 태권도. 이렇게 '엄마표(주요 과목)'와 '전문가표(예체능/탐구)'로 딱 나눠서 아이를 키우니, 아이도 지루해하지 않고 저도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완벽할 줄 알았던 이 스케줄에, 아이가 4학년이 되는 해에 생각지도 못한 '고민'이 하나 생겼습니다.
4학년의 딜레마: 한국사, 학원 보내자니 '오버' 같고...
바로 '한국사' 때문이었습니다. 5학년부터 한국사가 정식으로 나온다는데, 4학년 때 미리 흐름을 잡아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이름 외우다 포기한다"는 말을 워낙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한국사 공부 방법을 두고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 한국사 학원? 알아보니 주변에 한국사 전문 학원이나 그룹 과외가 있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막 4학년 되는 아이에게 국영수도 아닌 한국사까지 사교육을 시킨다? 아이 스케줄도 이미 꽉 찼는데, 이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냥 책만 읽힐까? 그렇다고 설민석 샘의 역사 만화책만 읽히자니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만화는 재미는 있지만, 역사적 흐름이나 인과관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주지는 못하니까요.
"학원은 너무 무겁고, 독서는 너무 가볍고..." 딱 그 중간 어디쯤, 아이의 머릿속 구멍을 메워줄 무언가가 절실했습니다.
서점에서 찾은 온라인 1타 강사
그 적당한 대안을 찾기 위해 서점에 갔습니다. 그리고 역사 코너에서 '초등 고학년을 위한 스토리 한국사 1, 2'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표지에 적힌 [무료 강의 제공]이라는 문구가 확 눈에 들어오더군요.
'EBS라면 믿을 만하지 않을까? 강의랑 같이 보면 책만 읽는 것보다 낫겠지?' 그렇게 한국사 교재를 집어 드는데, 바로 옆에 4학년 '사회' 문제집도 눈에 띄더군요. 생각해 보니 사회 과목도 용어가 어려워진다고 해서 걱정이었는데, "기왕 하는 김에 사회도 같이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두 권을 함께 사 왔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아이와 함께 식탁에 앉아 태블릿으로 강의를 틀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그날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엄마, 학원보다 재밌는데?" (EBS의 반전)
강의 퀄리티가 제가 알던 예전의 그 딱딱하고 지루한 EBS가 아니었습니다.
- 한국사의 재발견 ('스토리 한국사'): 이게 진짜 물건이었습니다. 선생님이 갓을 쓰고 왕 분장을 하고 나오십니다. 혼자서 1인 2역 상황극을 하시며 역사의 흐름을 드라마처럼 보여주는데, 책만 읽을 땐 헷갈려하던 아이가 눈을 못 뗍니다. 학원은 부담스럽고 독서는 부족했던 그 빈틈을, 선생님의 입담과 연기력이 완벽하게 채워주더군요.
- 사회 과목의 혁명: 곁다리로 샀던 사회 강의도 대만족이었습니다. 제가 말로 설명하느라 진땀 뺐던 '지도 기호', '등고선', '촌락' 같은 개념들이 화면 속에서 3D 그래픽으로 펼쳐졌습니다. "와! 산이 튀어나와 보여!" 과학 학원에서 실험할 때나 보던 반짝이는 눈빛이 사회 강의를 보는데 나오더군요.

평범한 워킹맘의 '사교육 구조조정' 꿀팁
직접 부딪혀보며 찾은, 초등 고학년을 위한 '가성비'와 '학업 효율'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저만의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 전략 1: 과목별로 '힘'을 줄 곳과 뺄 곳을 정하자.
- 전략 2: 좋은 엄마는 잠시 내려두고 '스케쥴러'가 되자. EBS의 유일한 단점은 강제성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엄마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학원에 다니는 것처럼 시간을 지정해서 강의를 듣고 공부할 수 있도록 스케쥴링을 해야 합니다.
완벽한 엄마가 되려 하지 않을래요.
저는 그동안 제가 '엄마표'를 지향하니까 전 과목을 다 완벽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나 봅니다. 모르는 게 나오면 자존심 상해하고, 아이에게 짜증도 내면서요.
그런데 이번에 EBS '스토리 한국사'와 사회 강의를 활용해 보니 깨달았습니다. "잘 가르치는 건 전문가(학원, 인강)에게 맡기고, 엄마는 옆에서 좋은 소스를 찾아주고 스케줄을 관리해 주는 매니저"가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요.
과학 학원비, 코딩 학원비... 나가는 돈 생각하면 등골 휘시죠? 한국사랑 사회만큼은 걱정 내려놓으세요. 오늘 아이 손잡고 서점 가서, 아이가 마음에 들어 하는 EBS 교재 한 권 골라보세요. 교재비 1만 원대의 기적을 경험하실 겁니다.
오늘 저녁엔 드라마 대신 아이 옆에 앉아 '스토리 한국사' 한 편 같이 시청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엄마, 나 고려 시대 왕 다 외웠어!" 자신감에 찬 아이의 목소리, 그게 바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최고의 교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