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들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가방만 바꿔 메고 코딩 학원으로 달려가 저녁 늦은 시간에 돌아오고, 남들 다 쉬는 꿀맛 같은 주말에도 학원에 나가서 꼬박꼬박 3시간씩 집중 연습을 하고 돌아왔으니까요. 힘들 법도 한데, 밤늦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의 눈에는 피곤함도 보이지만 금방 앞으로 다가온 로보컵 대회 기대감으로 반짝 거리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말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리는 '제14회 한국로보컵오픈(RCKO 2026)'에 출전하기 때문이죠. 가족 아닌 사람과 떠나는 '아들의 생애 첫 장거리 원정'입니다.

로보컵(RCKO)? 그게 뭔데 이렇게 난리야?
로보컵(RCKO)은 로봇과 코딩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꿈의 무대'이자 '월드컵' 같은 곳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장난감 로봇을 조종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설계하고 코딩한 로봇으로 기술을 겨루는 국내 최대 규모의 로봇 축제거든요.
이번 대회는 참가 연령과 기술 수준에 따라 크게 4가지 리그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 RoboCup Humanoid Soccer League (대학/일반부)
인간형 로봇이 사람의 조종 없이 스스로 공을 인식하고 축구 경기를 펼치는 최고 난도 리그입니다.
뉴스에서 보던 그 로봇 축구 맞아요
⚽ RoboCupJunior League (U12/U19)
청소년들이 주축이 되는 리그로 세분화됩니다.
🚀 RCAP League (FS/U12/U19)
저희 아들이 나가는 [CoSpace Auto Driving] 부문입니다. '가상 세계(Virtual)'와 '실제 로봇(Real)'을 연동하는 게 핵심입니다. 화면 속 시뮬레이션과 실제 경기장의 로봇이 똑똑하게 연결되어, 장애물을 피하고 최적의 경로를 찾아내는 '자율주행 능력'을 겨룹니다.
🌱 Basic League (U12)
로봇 꿈나무 입문자들을 위해 난이도를 조정한 기초 구조(Rescue) 미션 리그입니다.
이 대회가 중요한 이유는 '세계로 나가는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상위 입상팀에게는 올해 7월 인천에서 열리는 세계 대회(RoboCup 2026 Incheon)에 '한국 대표'로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AI 시대, 코딩 교육은 시간 낭비일까?"
아이를 코딩학원에 보낸다고 하니 주변 지인분들이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묻습니다. "요즘 챗GPT니 제미나이니 AI가 코드도 뚝딱 짜준다는데, 굳이 애가 머리 싸매고 코딩을 배울 필요가 있어?
솔직히 저라고 왜 그런 고민이 없었겠어요. 그래서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AI(Gemini)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AI 시대가 도래했는데, 왜 인간인 우리 아이가 여전히 코딩을 해야 하니?"
AI와 긴 대화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아주 명쾌했습니다.
첫째, 코딩은 '단순 기술'이 아니라 '사고의 근육'이다.
AI가 벽돌(코드)을 대신 쌓아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집을 지을지 설계도를 그리고, 그 구조가 튼튼한지 판단하는 건 결국 '사람(Human)'의 몫입니다. 코딩 교육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달달 외우는 게 아니라, 복잡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쪼개고 해결책을 설계하는 '생각의 힘'을 기르는 과정이었습니다.
둘째, 모니터 밖 '진짜 세상'은 변수 투성이다.
화면 속 데이터는 완벽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경기장 조명이 갑자기 밝아질 수도 있고, 바닥이 미끄러워 로봇 바퀴가 헛돌 수도 있죠. AI가 짜준 코드가 현장에서 먹통이 될 때? 결국 그 자리에서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파악해서, 코드를 수정(Calibration)해 내는 건 아이들의 몫입니다. 이건 책상 위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진짜 문제 해결 능력'이죠.
빈 둥지에서 보내는 엄마의 응원
이번엔 엄마가 따라가지 않습니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학원에 나가 손발을 맞춘 친구들, 그리고 든든한 학원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여정입니다. 자기 몸만 한 캐리어에 로봇과 장비를 챙겨 넣는 아들을 보는데, 마음이 참 몽글몽글하더라고요. 언제 이렇게 커서 혼자 짐을 싸고, 팀원들을 챙기는지...
다가오는 토요일 새벽. 모두가 잠든 캄캄한 시간에 아들은 평창행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겨울 새벽 공기가 꽤 차갑겠지만, 아들과 팀원들의 뜨거운 열정 앞에서는 그 추위도 힘을 못 쓰겠죠?
캐리어 한구석에 아이 몰래 제가 좋아하는 간식과 핫팩을 찔러 넣어두었습니다. 평창의 숙소에서 친구들과 밤새 로봇 이야기를 하며 까르르 웃을 녀석을 상상하니,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섭니다.
"아들! 엄마는 결과 상관없어. (진짜야... 아마도? ㅎㅎ)" 가서 로봇이 맘대로 안 움직여도 당황하지 말고, 팀원들이랑 머리 맞대고 "왜 안 되지?" 고민하며 즐겁게 부딪히고 오렴. 그 모든 과정이 너의 피가 되고 살이 될 테니까.
빈 방을 정리하며, 이번 주말은 저도 엄마로서의 휴식(?)을 즐기며 마음으로 뜨겁게 응원하려 합니다. 대회 다녀오면 녀석이 얼마나 훌쩍 커져 있을지, 그리고 어떤 무용담을 들려줄지 벌써 궁금해지네요.
생생한 대회 후기는 아들이 돌아오면 다시 전해드릴게요. 대한민국 로봇 꿈나무들, 그리고 우리 아들의 '원팀', 모두 파이팅!